보존해야 할 정보일까 아니면 낙인찍기일까?

우리나라의 여러가지 사회 문제 중 하나는 역시 학교폭력이다. '영혼을 파괴하는 범죄'라고 불리는 학교폭력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에 2만 건을 넘지 않았던 학교폭력이 2019년에는 3만 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증가세만 봐도 약 56%가 늘어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등교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학교폭력은 근절되지 않았다. 오히려 장소가 바뀌었다. 학교가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 폭력이 시작된 것. 학교폭력 중 사이버폭력의 비중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폭력 또한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학교폭력 가해자의 처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논의가 있다. 일단 학교폭력 가해자의 경우 법에 따라서 처벌을 받게 된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학교폭력 가해자는 상황의 심각성에 따라서 1호 처분부터 9호 처분까지 받게 된다. 1호는 서면사과고 9호는 퇴학이다. 그 사이에 경중이 다른 처벌이 존재한다.

문제는 학교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졸업 이후에는 대부분 삭제된다는 것이다. 법률에 따르면 1~3호(교내봉사 이하)와 7호(학급교체)의 경우 졸업과 동시에 학교폭력 기록이 사라진다. 4~6호(사회봉사, 심리치료, 출석정지)와 8호(전학)는 졸업 후 2년 뒤 기록이 삭제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전담기구의 심의에 따라 졸업과 동시에 삭제가 가능하다. 학교폭력 기록이 끝까지 남는 것은 9호인 퇴학처분 뿐이다.

그런데 최근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학교폭력 가해자의 학교폭력기록을 졸업 후 최장 10년까지 생활기록부에 보존하도록 규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준영구보존인 9호(퇴학)를 제외하고 7호(학급교체)와 8호(전학)를 받으면 졸업한 날부터 10년 동안 생활기록부에 관련 기록이 남는다. 2년 동안 기록이 보존되는 5호와 6호의 경우에는 보존 기간을 5년으로 연장하게 된다.

조경태 의원 측은 졸업 후 5~10년이 대학 진학과 취업이 이루어지는 시기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이 때 학교폭력 기록을 남겨둬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조경태 의원은 전담기구 심의에 따라 기록을 삭제할 수 있는 조항도 삭제했다. 자칫하면 힘 있는 집 자식들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삭제 이유다.

하지만 현재 무엇보다 교육계의 반발로 인해 개정안 통과가 미지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한 목소리로 처벌 강화가 해답이 아니라고 반대하고 있다. 학교폭력 가해자 또한 학생이기 때문에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재발 방지와 계도 방안을 더욱 고민해야 한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경태 의원은 계속해서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수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조경태 의원은 "반대 의견이 거세 법안 통과가 쉽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학교 폭력이 꾸준히 증가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소년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