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인식기술'이 실종됐던 아이를 10년 만에 찾아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3일 방송된 중국 CCTV 프로그램 '나를 기다려(等着我)'에서 아이를 찾은 과정을 설명하면서 '연령별 안면인식'이 소개되었다.
1. ‘연령별 안면인식’ 어떻게 이용되었나
이 기술은 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가 만든 기술이다. 텐센트의 머신러닝 연구실 텐센트유투는 다년간 쌓은 안면인식기술을 이용해 실종자의 수색 시간을 줄이고, 데이터(안면) 식별 정확도를 99.99%까지 높였다.
여기에 딥러닝(컴퓨터 스스로 학습하여 발전하는 과정)을 도입하여, 시간의 흐름을 고려하여 실종자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2018년 초에 도입한 딥러닝 기술을 5차례 개선하여 정확도를 96%까지 올렸다.
이렇게 고도화된 안면인식기술로 매년 수백만 명씩 발생하는 실종자 중에서 실종 아동과 닮은 5명을 추려냈다. 최종적으로는 실종아동의 부모와 5명의 DNA를 비교하여 실종 아동을 찾았다. 중국 언론은 실종자를 조사 가능한 범위로 추려낸 안면인식기술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2. 중국이 일구고 있는 안면인식기술
안면인식기술은 얼굴의 대칭적 구도, 생김새, 머리카락, 눈의 색상, 얼굴 근육의 움직임 등을 분석해 얼굴의 특징을 알아내는 작업을 말한다.
이 분야의 기술개발이 치열하지만, 중국의 기술력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이 안면인식과 관련하여 공개한 특허 건수는 2017년 900건을 넘었다. 관련분야인 감시카메라에 관한 특허 건수도 530건 이상으로 확인됐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에서 공개된 감시 카메라 특허(96건)의 5배 이상이다.
중국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알고리즘 테스트에서도 상위권을 독차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에서 발표한 안면인식 알고리즘 테스트(FRVT) 결과에 따르면, 상위 5곳이 모두 중국 기술이었다. 이 테스트는 안면인식 시스템의 핵심기술로 두 장의 사진에 찍힌 사람의 동일인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테스트에서 중국의 이투가 1위와 2위를 하였으며, 중국의 센스타임이 3위와 4위, 5위는 정부기관인 중국과학원 SIAT가 차지했다. 10위 권까지 범위를 넓혀도 중국이 6개의 순위, 러시아가 3개(6, 7, 9위)의 순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간신히 10위를 차지했다.
3. 실 생활에서 안면인식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중국
중국은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감시카메라를 설치하여 디지털 보안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리서치 회사에 따르면, 중국은 공공 및 민간 분야에 총 1억7600만 대의 감시카메라를 설치했으며, 2020년까지 5억5000만 대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미국은 이러한 감시카메라가 약 5000대라고 한다.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중국 내에서는 안면인식기술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선 시민들이 건널목을 무단횡단 하기 어렵다. 건널목 인근에 있는 대형 전광판에 무단횡단을 한 사람의 얼굴과 신상 정보가 뜨기 때문이다. 폐쇄회로TV(CCTV)의 카메라가 무단횡단 한 사람의 얼굴을 촬영하면 공안(경찰)이 안면인식 소프트웨어를 통해 신상을 파악해 전광판에 위법 사실을 알리는 구조이다.
또한, 작년 중국의 설 연휴기간에는 스마트안경을 공안에게 보급하여 5m 반경내의 사람들의 얼굴을 2∼3초 내에 인식하여 지명수배범 등 33명의 용의자를 체포했다. 언론을 통해서는 5만명의 관객이 모인 가수 장학우의 콘서트장에 나타난 수배자를 체포한 것이 알려졌다.
안면인식기술은 민간분야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 핑안보험의 안면인식 프로그램은 56개 등급으로 대출 신청자의 얼굴을 분석하여 신용평가를 한다. 25분의 1초의 짧은 순간에 눈동자의 움직임이나 눈 깜빡임 등을 잡아낸다. 이 프로그램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고 지목한 대출 신청자에 대해선 직원들이 추가로 조사를 실시한다. 보험사는 기존 대출 심사 과정에 안면인식기술을 결합해 부실 대출을 60% 정도 줄였다고 한다.
알리바바 그룹의 자회사인 앤트 파이낸셜이 개발한 안면인식기술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KFC에 적용됐다. 중국 최대 검색업체 바이두(百度)는 베이징 공항의 탑승권 수속에 적용할 안면인식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 초상은행은 지난해부터 ATM에 안면인식기술을 적용해 카드 없이도 현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했다.
4. 안면인식기술 과연 문제는 없는 것일까
위의 사례만 본다면 안면인식기술은 매우 바람직한 기술로 평가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안면인식기술이 가진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중국의 안면인식기술이 중국 정부의 주민 감시와 통제에 이용될 것이라고 본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위구르 족에 대한 탄압에 안면인식기술이 동원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안면인식기술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무리 인식률이 낮아져도 100%가 되지 않는 한 실수는 존재한다는 걱정이 사람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또한,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중국과 러시아 같은 공산주의국가가 안면인식기술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점도 걱정거리이다. 이 국가들에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빅브라더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사람들을 끊임없이 감시한다. 영화 터미네이터에도 스카이넷이라는 사회감시망이 나온다. 빅브라더와 스카이넷의 공통점은 인간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통제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에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국가들은 안면인식기술의 도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3월 상원에서 안면인식기술의 상업적 이용을 규제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또한,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내 주요도시 중 처음으로 안면인식기술을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런 움직임과 다르게 정부주도의 안면인식기술을 도입하는 국가도 나타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전국 안면인식 서비스를 구축 중이다. 이 외에도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의 국제 공항들은 여권과 항공권 없이 출국 심사와 보안 검색 등에 안면인식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5. 국내에서는 안면인식기술 어떻게 보아야 할까
안면인식기술의 기반인 컴퓨터의 이미지 인식 기술은 향후 가장 쓸모가 많은 범용 기술이다. 안면인식은 보안과 결제 시스템의 본인 확인 도구로 쓰이고 있고, 이미지 인식 기술은 드론과 자율주행차, 검색에서 핵심적인 기능으로 꼽힌다.
현재 국내에서는 정부주도로 폐쇄회로TV로 인식하는 기술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에서는 페이스북의 얼굴 인식과 사진의 자동 태깅에서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기술도입과 무관하게 국내 소비자들은 기업과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글로벌 시장 분석 기관 IDC가 한국을 비롯 13개국 아시아태평양 지역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개인정보 처리 방식을 신뢰한다고 답한 국내 응답자는 18%에 그쳤다. 이는 아태지역 신뢰도가 31%인 것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정보기관이나 경찰의 사찰 논란이 여러차례 문제가 되었고, IT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를 보는 일이 늘면서 안면인식을 이용하는 기술에 대해 심리적 거부감이 크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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